자연진통·자연분만으로 낳는 방법이 제왕절개보다 엄마와 아기에게 더 좋은 이유

저희 로지아출산연구소의 엄마준비수업 중 출산방식편에선 “자분할까? 제왕할까?”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이 수업을 했을 때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고, 자분과 제왕을 고민하던 분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피드백을 주셨구요. 어떤 분은 수업을 듣고 나서 오랜만에 맘편하게 꿀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하셨어요.

맘카페나 블로그에는 각자의 경험담을 쓴 후기들로 가득하다보니, 출산을 앞둔 산모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두고 매일 고민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준비한 출산방식 수업을 하던 중 어느 예비아빠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시더군요.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이제부터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릴께요.

일반적으로 질을 통해 아기를 낳는 자연분만(질식분만)은 아기가 태어나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아기는 정상적인 생리적 분만 과정을 경험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건강과 발달에 잠재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호르몬 측면에서 보면, 자연분만이 진행되는 동안 엄마와 아기 모두 옥시토신과 엔돌핀 같은 호르몬의 급증을 경험하는데요. 이 호르몬들은 유대감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엄마와 아기 사이의 본딩(Bonding; 강한 정서적 연결)을 촉진하고, 모유 수유를 할 때 수유가 좀더 잘 될 수 있습니다.

면역 측면에서 보면, 아기가 엄마의 질을 통해 나오면서 질강에 분포되어 있던 마이크로바이옴을 물려받을 수 있는데요. 엄마의 질에 있던 유익균들이 아기 몸으로 이동하여 아기 내장의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조성이 촉진되고, 그 덕분에 아기는 건강한 면역 체계를 갖출 수 있어서 아기의 신진대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호흡기 측면에서 보면, 아기가 산도를 통과하는 동안 아기 가슴이 적절하게 압박되면서 아기의 폐에서 양수가 배출되는데요. 그 덕분에 출생 후 호흡기 관련 문제를 겪을 위험이 대폭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합병증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자연분만은 감염이나 출혈, 수술 합병증 같은 위험이 낮은 편입니다.

여기까진 아기가 엄마의 질을 통해 태어날 때 유익한 점을 짚어본 것인데요. 간혹 자연분만 과정에서 아기가 너무 힘들까봐 선택제왕을 했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선택제왕의 경우 자연진통이 오기 전에 수술을 통해 아기를 꺼내기 때문에, 아기 입장에서 전혀 힘들지 않을 것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자연 진통의 이점

우리가 수영장에서 가서 입수하기 전에 반드시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준비 운동이죠. 아니면 최소한 심장 쪽에 물이라도 먼저 적셔서 충격을 완화하는 행위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 진통은 태아 입장에서 준비 운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가 엄마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외부로부터 엄청난 감각 자극에 노출되는데, 이는 마치 차디찬 바닷물에 몸을 던지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워밍업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엄마 몸 밖으로 꺼내질 경우, 아기는 온몸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 감각 과부하를 겪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기를 수술로 꺼내는 과정은 길어야 10분만에, 아기 입장에서는 수분안에 자궁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와 급격한 환경변화를 겪는 거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자연 진통은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가 이제 방을 뺄 수 있도록 부드럽게 안내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통상적으로 자연 진통은 가진통 형태로 시작되는데, 임신부에 따라 가진통 기간이 꽤 길수도 있고 짧을수도 있는데요. 아무리 짧아도 최소한의 가진통을 겪고 나서 진진통 단계로 진입합니다. 즉, 아기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서히 바깥세상을 경험하는 거죠.

이때 산모의 몸에서 자궁 수축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것이 옥시토신인데요. 자연스런 출산 과정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자궁 근육의 수축을 웨이브 형태를 띠도록 해줍니다. (자연 진통에 의한 자궁 수축은 자궁 위쪽인 갈비뼈 아래에서부터 일어납니다.) 즉, 태아가 정상위일 때 아기 엉덩이쪽을 부드럽게 미는 식으로 자궁 근육이 수축되기 때문에, 아기는 자연스럽게 밀려나오는 식이 됩니다.

자연 진통 vs 유도분만

그런데 만약 유도분만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분만 유도를 위해 사용되는 촉진제인 “피토신”은 인공 옥시토신이라 불리지만, 산모 몸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옥시토신과 달리 피토신에 의한 자궁 수축은 모든 방향에서 자궁을 수축시킵니다. 그래서 피토신으로 자궁 근육이 수축될 땐 태아가 받는 압박감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산모나 태아가 어떤 위험 요소로 인해 정상적인 자연분만이 곤란할 경우엔 불가피하게 촉진제를 써서 유도분만을 시도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고, 비록 태아가 받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다소 있더라도 그보다 더 큰 위험 요소를 회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도 사실인데요. 그런 고위험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자연 진통을 겪으며 자연 분만 과정을 거치는 것이 여러 모로 유익한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자연 진통을 겪으며 출산할 경우, 그 과정에서 아기 몸에도 옥시토신과 엔돌핀 호르몬이 공급되면서 아기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한 다음 수영장으로 입수하는 것처럼, 엄마 몸 밖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충분히 마친 다음에 태어날 수 있어서요. 아기는 한결 편안하게 바깥 세상에 적응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글에선 아기 입장에서 자연분만(자연주의 출산) 또는 자연진통으로 태어날 때 어떤 점이 좋은지 살펴봤는데요. 예상치 못한 위험 요소로 인해 고위험 케이스가 되어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하게 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산모와 태아 모두 비교적 양호한 컨디션으로 자분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면, 가급적 자연 진통을 겪으며 자연 분만 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